1998년 8월 16일, 1인칭 시점으로 본 그 시절의 하루
늦은 저녁, 작은 방 책상에서 문제집을 풀다가 엄마가 가져다준 수박에 손을 뻗는 순간이다. 카세트라디오와 선풍기, 쌓인 책들이 여름방학 끝무렵의 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타임슬립 일기
선풍기 바람과 삐삐 한 줄 사이의 일요일
1998년 8월 16일 — 김지호의 하루
1998년의 세계타임슬립 1일째17세의 나
오전 6시 42분, 새봄연립 2층 내 방에서 골목을 지나가는 채소 장수의 확성기 소리에 눈을 떴다. 밤새 켜 둔 선풍기가 철망을 가늘게 떨었고, 얇은 여름 이불 아래 등은 벌써 눅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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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일기3
오전 7시 10분, 새봄연립 골목 🔍
오전 7시 10분, 새봄연립 앞 골목에서 세숫대야 물로 얼굴을 훔치고 낡은 운동화 끈을 단단히 맸다. 일요일인데도 동네 슈퍼는 미닫이문을 반쯤 열어 두었고, 얼음과자가 든 냉동고 모터 소리가 매미 울음 밑에서 웅웅거렸다. 엄마가 쥐여 준 천 원짜리 한 장을 주머니에 넣고 공터로 가니 태수가 고무가 벗겨진 축구공을 발끝으로 굴리고 있었다. 우리는 담벼락의 분필 선을 골대로 삼아 땀이 눈썹에서 뚝뚝 떨어질 때까지 공을 찼다. 돌아오는 길에는 슈퍼에서 유리병 음료 하나를 사서 병뚜껑을 따고, 서로 한 모금씩 나눠 마셨다.
오후 1시 35분, 한빛상가 지하 대여점 🔍
오후 1시 35분, 한빛상가 지하 비디오·만화 대여점에서 플라스틱 커튼을 젖히자 종이 먼지와 비디오테이프 케이스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나는 선풍기 앞에 쪼그려 앉아 표지가 해진 만화책 몇 권을 넘겼고, 태수는 반납된 테이프를 진열대에 꽂는 주인아저씨 옆에서 볼거리를 골랐다. 동전이 아까워 둘이 만화책 한 권만 빌린 뒤, 남은 돈으로 문방구의 종이컵 슬러시를 샀다. 혀가 파랗게 물든 채 오락기 앞에 서 있었지만 백 원을 넣지는 않고 다른 아이가 하는 화면만 구경했다. 주머니 속 삐삐가 짧게 울려 공중전화로 가 보니, 집 번호 뒤에 ‘빨리 오라’는 뜻으로 쓰는 숫자가 남아 있었다. 수화기 너머 엄마 목소리는 저녁 전에 책상부터 치우고 방학 숙제를 살펴보라는 말로 이어졌다.
오후 8시 20분, 새봄연립 내 방 🔍
오후 8시 20분, 새봄연립 2층 내 방에서 형광등을 켜고 낮에 빌린 만화책을 교과서 밑으로 슬쩍 밀어 넣었다. 책상 위 카세트라디오에서는 녹음해 둔 노래가 테이프 늘어진 소리와 함께 흘렀고, 나는 연필로 영어 문제집의 빈칸을 더듬더듬 채웠다. 거실의 브라운관 텔레비전 소리와 부엌에서 수박 써는 칼 소리가 열린 방문 사이로 섞여 들어왔다. 한참 뒤 엄마가 내민 스테인리스 접시에서 가장 붉은 수박 조각을 집어 들자, 손가락 끝으로 단물이 흘렀다. 창밖 옥상 안테나 위로 어둠이 내려앉는 것을 보며 내일은 태수에게 빌린 만화책부터 돌려주고, 미뤄 둔 숙제를 정말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일기는 역사 기록과 시대 고증을 바탕으로 한 창작 스토리입니다. 기록이 확보된 사건은 원문 링크로 연결되며,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시대는 고증에 기반한 상상으로 재구성됩니다. 이번 호는 남아 있는 기록이 확보되지 않아, 시대 고증을 바탕으로 한 상상으로 하루를 재구성했습니다.
somodus내가 자는 동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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