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8월 16일, 1인칭 시점으로 본 그 해의 하루
해 질 무렵 아파트 옥상에서 수박을 먹는 순간이다. 빨랫감 사이로 주황빛이 비치고, 끈적해진 내 손 아래로 수박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하다.
타임슬립 일기
매미 소리와 백 원짜리 동전의 여름
1997년 8월 16일 — 김보람의 하루
1997년의 세계타임슬립 1일째10세의 나
아침 7시 10분쯤, 솔빛아파트 3동 작은방 창밖에서 매미가 한꺼번에 울어대는 소리에 눈을 떴다. 선풍기 머리가 덜컥거리며 돌아왔고, 밤새 배에 덮고 잔 얇은 이불은 땀으로 눅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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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일기3
오전 8시, 솔빛아파트 부엌 🔍
오전 8시, 솔빛아파트 3동 우리 집 부엌에서 나는 찬 보리차 한 컵을 단숨에 마셨다. 엄마가 가스레인지 위 프라이팬에서 달걀을 부치는 동안, 식탁의 꽃무늬 비닐보 사이로 뜨거운 김과 참기름 냄새가 올라왔다. 여름방학 숙제인 일기장을 펼쳐 놓았지만 연필 끝으로 날짜만 꾹꾹 눌러 쓰고는 더 이어 가지 못했다. 거실 브라운관 텔레비전에서는 광고 소리가 흘렀고, 동생은 채널을 돌리는 둥근 단추를 자꾸 눌러 화면에 지직거리는 눈보라를 만들었다. 엄마는 숙제 두 장을 끝내야 밖에 나갈 수 있다고 했고, 나는 네모 칸 공책에 나눗셈을 풀며 벽시계를 세 번이나 올려다보았다.
오후 1시 40분, 은하문방구 앞 골목 🔍
오후 1시 40분, 은하문방구 앞 골목에서 나는 손바닥에 땀이 밴 백 원짜리 동전 두 개를 꼭 쥐고 친구 지혜를 기다렸다. 문방구 유리문 안에는 색종이와 공깃돌, 조그만 지우개가 빽빽했고, 입구의 아이스크림 냉동고에서는 모터 소리가 낮게 웅웅거렸다. 지혜가 고무줄을 들고 달려오자 우리는 그늘진 담벼락 아래에서 ‘월화수목금토일’을 외치며 발목 높이부터 뛰었다. 운동화 밑창이 뜨거운 아스팔트에 닿을 때마다 고무 냄새가 올라왔고, 골목 끝에서는 자전거 벨과 수박 장수의 확성기 소리가 겹쳤다. 나는 동전 하나로 얼음과자를 사서 반으로 나눠 먹었는데, 혀가 빨갛게 물든 지혜가 웃는 바람에 나도 입을 벌리고 한참 웃었다. 남은 백 원은 오락기 유리판 위에 올려두었다가 엄마와 한 약속이 생각나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저녁 7시 30분, 솔빛아파트 옥상 🔍
저녁 7시 30분, 솔빛아파트 옥상에서 나는 아빠와 함께 평상 가장자리에 앉아 미지근한 수박을 먹었다. 해가 건너편 낮은 지붕 뒤로 내려가자 빨랫줄의 흰 러닝셔츠와 수건이 주황빛으로 얇게 비쳤다. 아래 놀이터에서는 쇠그네가 끼익거렸고, 열린 집 창문들 사이로 저녁 뉴스의 익숙한 시작 음악과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빠는 부채로 내 무릎의 모기를 쫓아 주며 방학이 끝나기 전에 자전거 뒤를 잡아 주겠다고 했다. 나는 오늘 아껴 온 백 원짜리 동전을 손바닥에 올려 보이며 내일은 오락 대신 새 연필을 사겠다고 말했다. 밤바람이 불자 하루 종일 달아올랐던 시멘트 냄새가 조금 가라앉았고, 나는 처음 온 날인데도 이 동네 길을 오래 알고 지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일기는 역사 기록과 시대 고증을 바탕으로 한 창작 스토리입니다. 기록이 확보된 사건은 원문 링크로 연결되며,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시대는 고증에 기반한 상상으로 재구성됩니다. 이번 호는 남아 있는 기록이 확보되지 않아, 시대 고증을 바탕으로 한 상상으로 하루를 재구성했습니다.
somodus내가 자는 동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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