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닭이 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떠졌다 — 어디선가 두부장수의 나팔 소리가 골목을 타고 들어와 잠을 깨운 것이다. 창호지 너머로 이미 뿌연 여름 햇살이 번지고 있었고, 이불 위엔 밤새 흘린 땀이 식어 축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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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무렵 — 북촌 골목 안 하숙방 마당 🔍
아침 해가 처마를 막 넘어설 무렵, 마당 한 켠 공동 세숫대야 앞에 쪼그려 앉아 차가운 우물물로 얼굴을 씻었다. 하숙집 주인아주머니가 부엌에서 된장찌개를 끓이는 냄새가 마당까지 퍼져 나왔고, 이웃 방 박 씨가 총독부 청사 쪽으로 일찍 출근한다며 모시 적삼 차림으로 바삐 대문을 나섰다. 나는 오늘 오전 중으로 종로 쪽 인쇄소에 교정지를 가져다줘야 해서, 밥상머리에 앉아서도 원고 뭉치를 한 번 더 펼쳐보았다. 보리쌀 섞인 밥 한 그릇을 후루룩 비우고 나니, 밖에서는 짐 실은 지게꾼들이 부지런히 오가는 소리가 들렸다.
저녁 해질 무렵 — 종로 2정목 찻집 '청풍관' 구석 자리 🔍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종로 거리의 그늘이 조금 길어질 즈음, 인쇄소 일을 마치고 찻집 청풍관 안쪽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선풍기도 없는 좁은 공간에 사람들의 부채 소리와 담배 연기가 뒤섞여 있었지만, 보리차 한 잔에 동전 몇 푼을 내면 저녁 어스름까지 앉아 있어도 눈치를 주지 않는 곳이었다. 맞은편 탁자에서는 중절모를 쓴 사내 둘이 신문을 반씩 나눠 들고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속닥이고 있었고, 나는 수첩을 꺼내 오늘 인쇄소에서 받아 온 교정 의견을 옮겨 적었다. 창밖으로 전차가 땡땡 종을 울리며 지나가자 찻집 안 유리잔들이 미세하게 떨렸다. 식어가는 보리차를 홀짝이며, 내일까지 마감해야 할 원고 분량을 손가락으로 세어 보았다.
이 일기는 실제 기록 검색 없이, 시대 지식과 고증 감각을 바탕으로 상상해 쓴 창작 스토리입니다. 실제 사건·인물의 기록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