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8년 8월 17일, 1인칭 시점으로 본 그 해의 하루
새벽 종이방에서 내가 눅눅해진 닥종이 꾸러미를 삼노끈으로 단단히 묶는 순간이다. 희미한 아침빛 속에 해진 삼베 소매와 손끝의 마른 풀이 보인다.
타임슬립 라이트
장맛비 냄새 밴 종이와 저녁 북소리
1388년 8월 17일 — 이화용의 하루
1388년의 세계타임슬립 1일째14세의 나
닭이 두 번째 울 무렵, 개경 남쪽 버드나무골의 우리 집 사랑방에서 처마 끝 빗물이 질항아리에 떨어지는 소리에 눈을 떴다. 눅눅한 삼베 이불을 걷자 종이를 말리던 풀 냄새가 새벽 공기와 함께 코끝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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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일기2
해 뜰 무렵, 버드나무골 종이방 🔍
해가 동쪽 담 위로 막 번질 무렵, 버드나무골 안채 곁 종이방에서 나는 아버지와 함께 닥종이 꾸러미를 삼노끈으로 묶었다. 장마에 눅은 종이는 가장자리가 살짝 말려 있었고, 풀칠한 판을 떼어 낼 때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열네 살인 내 몫은 흠 없는 장지를 골라 품에 안고 저잣거리 서책방까지 나르는 일이었다. 아침밥으로 보리 섞은 밥과 짠 무절임을 급히 먹고 짚신 끈을 조이니, 어머니가 동전 몇 닢도 귀한 때라며 종이 한 장도 빗물에 젖히지 말라고 거듭 일렀다.
해 기울 무렵, 십자가 어귀 서책방 🔍
해가 서산으로 기울 무렵, 개경 십자가 어귀의 솔내음서책방에서 나는 젖지 않은 종이 꾸러미를 나무 평상 위에 내려놓았다. 가게 안에는 먹을 가는 낮은 소리와 기름 먹인 종이 냄새가 감돌았고, 선반에는 손때 묻은 책갑과 붓대가 빽빽했다. 주인은 군역과 세금 걱정으로 새 책을 찾는 손님이 줄었다며 값을 후하게 치르지는 못했지만, 남은 자투리 종이 몇 장을 내게 건넸다. 성문 쪽 저녁 북소리를 들으며 돌아오는 길, 나는 그 종이에 글씨를 반듯하게 연습해 언젠가는 아버지 대신 장부를 맡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일기는 실제 기록 검색 없이, 시대 지식과 고증 감각을 바탕으로 상상해 쓴 창작 스토리입니다. 실제 사건·인물의 기록이 아닙니다.
somodus내가 자는 동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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