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시(寅時) 무렵, 닭 우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낯선 흙내음이 코끝을 찌르는 걸 보니, 어제 저녁 짐을 풀어놓은 이 북촌 어귀의 행랑채가 맞긴 맞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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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申時) 무렵 · 반촌 서사(書肆) 안 🔍
신시가 넘어서야 반촌 어귀의 낡은 서사 문을 밀고 들어섰다. 먹물과 오래된 한지 냄새가 뒤섞여 방 안 가득했고, 책방 주인 노인은 돋보기도 없이 필사본 한 장을 눈 가까이 붙여 들고 있었다. 논어 집주(集註) 한 권을 꺼내 들고 값을 물으니 엽전 스무 닢이라 하기에, 주머니 사정을 헤아려 열다섯 닢으로 깎아달라 했다. 노인은 잠자코 내 손에 든 엽전을 바라보다가, 이 사람 글은 얼마나 읽었느냐고 물었고, 나는 향교에서 칠 년을 읽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책을 내어주며 열여섯 닢을 받아갔는데, 왠지 그것이 작은 인정처럼 느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책을 품에 꼭 안고 걸었다.
이 일기는 실제 기록 검색 없이, 시대 지식과 고증 감각을 바탕으로 상상해 쓴 창작 스토리입니다. 실제 사건·인물의 기록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