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 8월 17일, 1인칭 시점으로 본 그 해의 하루
반촌 어귀의 작은 서사 안, 신시 무렵의 기울어진 햇살 아래 논어 집주 한 권을 처음 손에 쥐는 순간. 먹 냄새 배인 한지 더미와 낡은 붓 묶음이 곁에 있다.
타임슬립 라이트
먹물 냄새와 새벽 닭 울음 사이, 한양 첫날
1800년 8월 17일 — 최범의 하루
1800년의 세계타임슬립 1일째25세의 나
인시(寅時) 무렵, 닭 우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낯선 흙내음이 코끝을 찌르는 걸 보니, 어제 저녁 짐을 풀어놓은 이 북촌 어귀의 행랑채가 맞긴 맞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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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일기2
묘시(卯時) 무렵 · 행랑채 쪽마루 앞 🔍
날이 밝아오는 묘시 즈음, 행랑채 쪽마루에 걸터앉아 세숫물 한 대야를 받아 손과 얼굴을 씻었다. 물이 차가워 손목이 저릿했고, 하늘은 아직 잿빛과 감청색 사이를 맴돌고 있었다. 어머니가 싸준 보자기를 풀어 보니 삯바느질 값으로 마련했을 볏가루 엽전 몇 닢이 나왔고, 나는 그 돈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참 들여다보았다. 오늘은 성균관 반촌(泮村) 쪽 서사(書肆)에 들러 사서(四書) 주석본 하나를 구해야 한다고 어젯밤 마음먹었던 것이 생각났다. 이른 아침 솥에서 올라오는 된장국 냄새가 골목까지 번져나와, 비어 있던 뱃속이 소리를 냈다.
신시(申時) 무렵 · 반촌 서사(書肆) 안 🔍
신시가 넘어서야 반촌 어귀의 낡은 서사 문을 밀고 들어섰다. 먹물과 오래된 한지 냄새가 뒤섞여 방 안 가득했고, 책방 주인 노인은 돋보기도 없이 필사본 한 장을 눈 가까이 붙여 들고 있었다. 논어 집주(集註) 한 권을 꺼내 들고 값을 물으니 엽전 스무 닢이라 하기에, 주머니 사정을 헤아려 열다섯 닢으로 깎아달라 했다. 노인은 잠자코 내 손에 든 엽전을 바라보다가, 이 사람 글은 얼마나 읽었느냐고 물었고, 나는 향교에서 칠 년을 읽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책을 내어주며 열여섯 닢을 받아갔는데, 왠지 그것이 작은 인정처럼 느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책을 품에 꼭 안고 걸었다.
이 일기는 실제 기록 검색 없이, 시대 지식과 고증 감각을 바탕으로 상상해 쓴 창작 스토리입니다. 실제 사건·인물의 기록이 아닙니다.
somodus내가 자는 동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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