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8월 17일, 1인칭 시점으로 본 그 해의 하루
장마비가 쏟아지는 운종가 흙길에서, 갓 사 온 닥종이 묶음을 소매 안에 품어 젖지 않게 지키려는 손. 질퍽한 길 위에 나막신 자국이 선명하다.
타임슬립 라이트
한양 저잣거리에서 맡은 첫 여름 장마 냄새
1500년 8월 17일 — 김말구의 하루
1500년의 세계타임슬립 1일째20세의 나
묘시(卯時) 언저리, 닭 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방 한 귀퉁이 갈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니 장지문 틈새로 후텁지근한 바람이 비 냄새를 싣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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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일기2
묘시 새벽 — 북촌 기슭 내 방 🔍
묘시 초, 한양 북촌 기슭 낮은 초가의 내 방에서 일어나 바깥을 내다보니 처마 끝에 빗방울이 또르르 맺혀 있었다. 어머니는 벌써 아궁이에 불을 지펴 보리밥을 안치셨는지, 연기 냄새와 구수한 밥 냄새가 방 안까지 흘러들었다. 나는 상투를 매만지고 베 적삼을 걸치며 오늘 저잣거리 심부름을 머릿속에 되새겼다 — 서책 한 권 값을 아끼자고 며칠 전부터 종이 파는 전(廛)을 눈여겨봐 두었던 터였다. 아침 밥상에서 어머니가 '비가 올 듯하니 짚신 말고 나막신을 신어라' 하셨는데, 신발장 앞에서 나막신 소리가 얼마나 클지 벌써 걱정이 되었다.
오시 낮 — 운종가(雲從街) 지전(紙廛) 앞 🔍
오시(午時) 무렵, 운종가 한복판 지전 처마 밑에 서니 빗줄기가 드디어 굵어지기 시작했다. 나막신 굽이 질퍽한 흙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옆 전에서 생선 굽는 냄새가 빗속에 섞여 코를 찔렀다. 종이 한 묶음 값을 흥정하다 전 주인 어르신께 '스무 살 선비 치고는 눈이 야무지다'는 말을 들었는데, 얼굴이 발그레해지면서도 속으로는 뿌듯했다. 결국 닥나무 종이 다섯 장을 엽전 두 냥 반에 받아 들고 소매 안에 잘 접어 넣으니, 빗물에 젖지 않게 하려고 온 신경이 거기 쏠렸다. 돌아오는 길, 처마 밑을 이리저리 피해 달리면서도 이 종이에 무엇을 먼저 써볼지 생각하니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 일기는 실제 기록 검색 없이, 시대 지식과 고증 감각을 바탕으로 상상해 쓴 창작 스토리입니다. 실제 사건·인물의 기록이 아닙니다.
somodus내가 자는 동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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