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8월 15일, 1인칭 시점으로 본 그 시절의 하루
종로 장터에서 작은 동전을 내밀고, 아버지가 보태 준 돈으로 참외를 사는 순간이다. 뜨거운 햇빛 아래 손에는 달콤한 참외물이 흐르고 있다.
타임슬립 일기
매미 울음 속, 아버지가 접어 숨긴 종이
1920년 8월 15일 — 차민혁의 하루
1920년의 세계타임슬립 1일째5세의 나
오전 6시쯤, 청계천 가까운 관수동 셋방에서 엿장수의 가위 소리와 처마 밑 매미 울음에 눈을 떴다. 얇은 삼베 이불은 벌써 등에 달라붙었고, 열린 문틈으로 젖은 흙과 아궁이 연기 냄새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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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일기3
오전 7시, 관수동 공동우물 🔍
오전 7시, 관수동 돌담 끝 공동우물에서 나는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두레박이 내려가는 소리를 들었다. 어머니가 놋대야에 찬물을 받아 내 얼굴을 씻기자, 밤새 맺힌 땀과 잠이 한꺼번에 달아났다. 나는 누런 무명 저고리와 무릎이 해진 바지를 입고, 보리밥에 된장 한 숟갈을 비벼 조그만 놋숟가락으로 떠먹었다. 아버지는 지난달 새로 나왔다는 반짝이는 오 전짜리 동전을 내 손바닥에 올려 주며 잃어버리지 말라고 몇 번이나 당부했다. 동전은 작고 차가웠지만, 주먹을 꼭 쥐자 금세 내 체온처럼 따뜻해졌다.
오전 11시 반, 종로 네거리 좌판 🔍
오전 11시 반, 종로 네거리의 대나무 발 그늘 아래에서 나는 아버지와 함께 참외 좌판 앞에 쪼그려 앉았다. 전차가 쇳소리를 내며 지나갈 때마다 말구루마의 방울과 장사꾼 목청이 뒤섞였고, 먼지 위로 뜨거운 햇빛이 하얗게 튀었다. 나는 아침에 받은 오 전을 내밀었지만 참외 한 알에는 모자라서, 아버지가 돈을 보태 노란 참외 하나를 사 주었다. 그때 옆 가게 어른들이 북쪽 만주에서 우리 군대가 큰 싸움을 이겼다는 말을 낮은 목소리로 주고받았고, 아버지는 내 손을 잡은 채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지난 유월의 일이라며 밖에서 함부로 따라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손에 힘이 들어간 것이 나는 이상하면서도 든든했다. 쪼갠 참외에서는 풋풀 같은 단내가 났고, 씨물이 손목을 타고 흘렀다.
오후 7시 반, 관수동 셋방 마루 🔍
오후 7시 반, 관수동 셋방의 좁은 마루에서 나는 모깃불 연기를 피해 부채질을 하며 아버지 무릎에 기대앉았다. 석유등잔 불빛 아래 아버지는 지난 유월에 새로 나왔다는 잡지 한 권을 펼쳤는데, 먹 냄새가 아직 종이 사이에 남은 듯했다. 나는 글자를 거의 읽지 못해 그림 같은 활자만 손가락으로 짚었고, 아버지는 내가 배워야 할 말들이 여기 많이 있다고 했다. 어머니가 숭늉 사발과 삶은 감자를 내오자 우리는 바깥 골목의 순사 구두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조용히 있었다. 아버지는 낮에 들은 북쪽 싸움 이야기가 적힌 신문 조각을 잡지 사이에 접어 넣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래오래 잘 간직하자고 말했다. 나는 무슨 뜻인지 다 모르면서도 아버지 손바닥의 따뜻함을 기억하려고 눈을 꼭 감았다.
📰 그 시절, 오늘의 이슈3
봉오동 전투의 승리 소식 🔍
아버지와 장터 어른들이 지난 6월 만주에서 독립군이 일본군과 싸웠다는 이야기를 낮게 나누는 것을 들었다. 나는 싸움의 뜻을 다 알지 못했지만, 아버지가 내 손을 더 단단히 쥐는 순간만은 또렷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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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종합지 《개벽》 창간 🔍
아버지가 지난 6월에 새로 나온 잡지를 등잔 아래 펼쳐 보여 주었다. 글을 아직 거의 못 읽는 나는 먹빛 활자를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언젠가 스스로 읽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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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은화·백동화 발행 🔍
아버지가 지난달 화폐법이 바뀌어 새 동전이 나왔다며 오 전짜리를 쥐여 주었다. 내 작은 손안에서 차갑던 동전이 따뜻해지는 것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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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기는 역사 기록과 시대 고증을 바탕으로 한 창작 스토리입니다. 기록이 확보된 사건은 원문 링크로 연결되며,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시대는 고증에 기반한 상상으로 재구성됩니다.
somodus내가 자는 동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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