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8월 17일, 1인칭 시점으로 본 그 해의 하루
낡은 부엌 돌바닥에 쪼그려 앉아 두 손으로 삼베 천을 짜내는 장면입니다. 저녁 햇살이 문틈 사이로 비스듬히 들어와 물 맺힌 손등을 환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타임슬립 라이트
한일합방 나흘 전, 나는 그저 빨래를 널었다
1910년 8월 17일 — 박하얀의 하루
1910년의 세계타임슬립 1일째19세의 나
닭이 울고 얼마쯤 지났을까, 사랑채 쪽에서 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들려 눈을 떴다. 방 안 창호지에 아직 새벽빛이 희부옇게 번지고 있었고, 마당에서는 어머니가 벌써 물을 길어오는 두레박 소리가 철컹철컹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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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일기2
묘시(卯時) 무렵 — 안채 마당 우물가 🔍
묘시가 채 되기도 전에 어머니 뒤를 따라 마당으로 나섰더니 발바닥으로 돌멩이의 찬 기운이 올라왔다. 어머니는 어젯밤에 불려 놓은 삼베 적삼을 빨래판에 두드리고 계셨고, 나는 그 옆에서 빨간 물이 채 빠지지 않은 치마끈을 손으로 주물렀다. 우물가 옆 오래된 능수버들 잎에 이슬이 맺혀 햇살이 들 때마다 작게 반짝였다. 빨래를 마당 줄에 널면서 문득 장터 쪽에서 낮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담 너머로 흘러왔는데,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빨랫줄만 팽팽하게 당겼다. 요즘 들어 어른들의 말수가 부쩍 줄었다.
신시(申時) 무렵 — 사랑채 옆 작은 부엌 🔍
해가 제법 기울어 그늘이 길어질 무렵, 나는 부엌 한편에 쪼그리고 앉아 저녁 국거리로 쓸 무를 썰고 있었다. 칼이 도마에 닿을 때마다 탁탁 소리가 나고 무 냄새가 손등에 배어들었다. 문 밖에서 건넛집 연이 언니가 조용히 내 이름을 불러 내다보니, 언니 눈이 살짝 빨개져 있었다.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그냥 별거 아니라며 웃어 보였는데, 그 웃음이 어딘지 빨랫줄처럼 팽팽하고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았다. 나는 아무것도 묻지 못하고 다시 무를 집어 들었다.
이 일기는 실제 기록 검색 없이, 시대 지식과 고증 감각을 바탕으로 상상해 쓴 창작 스토리입니다. 실제 사건·인물의 기록이 아닙니다.
somodus내가 자는 동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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