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울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아직 어스름한 새벽빛이 창호지를 물들이는 시각, 부엌에서 어머니가 시루를 올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일 추석이라 오늘은 집 안 모두가 새벽부터 분주하다.
묘시(卯時) 초, 안채 부엌 앞마당 🔍
묘시가 막 시작될 무렵, 나는 부엌 앞마당에 쪼그려 앉아 어머니 옆에서 송편을 빚기 시작했다. 갓 빻은 멥쌀가루에 더운물을 부어 치댄 반죽이 손바닥 위에서 차지게 늘어났다. 솔잎 향이 아직 손등에 남아 있었고, 솥 안에서는 김이 하얗게 피어올랐다. 어머니는 '소연아, 두껍게 빚으면 안에 소가 덜 익는다'며 내 손을 가볍게 쳐 주셨다. 나는 참깨와 꿀을 섞은 소를 조심스럽게 넣고, 반달 모양으로 꼭꼭 눌러 붙였다. 이렇게 추석 전날 아침을 송편 냄새로 시작하는 것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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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午時) 즈음, 개경 남쪽 골목 우물가 🔍
오시가 지날 무렵, 물동이를 이고 동네 우물가로 나갔다. 우물 주변에는 이웃집 아낙들이 삼삼오오 모여 내일 차례 준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부를 만드느라 콩을 갈던 정수 어멈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요즘 한양이니 개경이니 세자 자리 때문에 왕자 어른들 사이가 심상치 않다지 않소.' 올 정월에 왕자 어른들 사이에서 큰 싸움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아직도 골목마다 돌았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묘하게 무거워졌다. 나라 위의 일은 내가 알 수 없지만, 오늘 같은 추석 전날에도 불안한 기운이 골목 어딘가에 얹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물동이를 꽉 붙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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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酉時) 무렵, 안채 대청마루 🔍
해가 서쪽 기와지붕 너머로 기울 즈음, 대청마루에 앉아 남은 송편을 시루에서 꺼내 솔잎을 하나씩 떼어냈다. 손에는 송편의 김이 올라와 따끈했고, 쪄진 소나무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아버지가 마당으로 들어오시며 내일 성묘 갈 채비를 이르셨다. '내일 이른 진시에 일어나 차례 먼저 지내고 묘소로 올라간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 빚은 송편을 넓은 채반에 가지런히 늘어놓았다. 달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일은 추석이다. 골목 어딘가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그 소리에 마음이 조금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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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기는 역사 기록과 시대 고증을 바탕으로 한 창작 스토리입니다. 기록이 확보된 사건은 원문 링크로 연결되며,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시대는 고증에 기반한 상상으로 재구성됩니다.